친구들을 만났다. 원래 여러 명을 두루두루 사귀는 편이 아니라 몇 명 소수의 친구를 깊게 사귀는 편인 내게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대학교 친구들 3명. 감사하게도 그런 친구들이 생겼다.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만나는 모임인데 이 날은 성수동이었다. 소품샵도 많고 맛있는 곳도 많은 성수동에서 거의 8시간은 보냈던 것 같다. 제법 추운 날이었다. 늦가을 바람과 어울렸던 거리.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곳을 가야 할지 정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 모임에서는. 원래 내 성격은 갈 곳 만날 시간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있을 건지 등등.. 이 모임에서는 나보다 계획력 넘치는 친구도 있고 온갖 소스를 풍부히 아는 친구들이 있다. 그래서 내가 알아보고 계획하기 전에 이미 다른 친구들이 먼저 다 짜두기 때문에 감사하게도 마음 편히 만날 수 있다.
이 날은 아카이브앱크, 키오스크 키오스크, 오브젝트를 갔다. 그 후 카페도 갔지만, 예쁜 공간들 갔던 기억을 먼저 적어본다. 아카이브앱크는 가방 브랜드였는데 몰랐다. 그냥 주택을 개조한 쇼룸 공간으로 먼저 보고 그다음에 가방이 눈에 들어오더라. 가방이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공간에 잘 녹아들게 디피해 두었더라. 요즘은 가방을 보러 매장에 가는 게 아니라, 매장 쇼룸을 보러 가고 싶게끔 만든 다음에 팔고자 하는 물건을 자연스럽게 보게끔 하는 것 같다. 공간을 파는 것. 그 브랜드의 감성이 담긴 공간. 물건부터 사람들에게 접근하게 되면 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공간을 예쁘게 멋지게 꾸며놓으면 사람들이 저절로 찾아온다. 그때에 자연스럽게 팔고자 하는 물건을 접하게 되는 거다.
키오스크 키오스크는 공간을 예쁘게 꾸미기 보다는,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다양한 소품과 잡화, 문구류 등이 센스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이런 물건들을 다 빼면 공간은 그저 하얗거나 허한 공간일거다. 성수동 키오스크키오스크는 2층에 있던 곳이다. 아주 작은 공간이었는데 물건이 참 많아서 꽤나 오래 머물렀던 곳으로 기억한다. 직원들이 센스 있게 배치한 물건들을 보는 재미도 있고, 그곳에 있어서 더 예뻐 보이는 것들이 내 방에 가도 예뻐 보일지 구입을 고민하기도 했었다. 우선 이곳은 매장이 좁아서일 수도 있지만, 직원들이 부담을 주지 않아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다만 협소한 공간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몰리면 좀 동선이 엉키거나 좀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위의 사진 4개는 아카이브앱크 쇼룸이다. 아쉽게도 가방이 담긴 사진은 없지만, 어쨌든 공간이 주는 힘으로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가방에 관심이 없던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처음으로 아카이브앱크를 접하게 되었고 그들의 쇼룸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공간에 집중해서 다가가는 브랜드로 주목받았던 게 젠틀몬스터나 탬버린즈 같다. 몇 년 전 신사동에서 선글라스를 파는 곳인지도 모르고, 핸드크림을 파는 곳인지도 모른 채 그냥 '저기 무슨 공간이지?' 시선을 끌며 그냥 방문하게 되었던 매장들이다. 우선을 사람의 시선을 끄는 게 중요하고 대놓고 '물건을 팝니다'이런 메시지를 주는 게 아니라 공간을 통해 브랜드의 느낌을 자연스럽게 전하면, 그렇게 잠재적인 소비자를 실제 소비자로 만들 수 있다.
모여있을 때 예쁜 것들, 나쁘게 말하면 예쁜 쓰레기라고 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예쁜 것들 모아놓은 사진을 보는 건 기분이 좋다. 내 것이 아니어도, 내 집에 들어오면 그저 그렇게 보일 것들이 이렇게 모여있는 건 그저 예쁘기만 하다. 종종 예쁜 것들을 보러 가면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하나씩 낱개로 보면 '이게 뭐지?' 싶은 것들이 키오스크 키오스크 같은 편집샵 내에서는 하나의 오브제가 된다. 실용주의자들은 '이게 어떤 용도로 쓰이는 거냐'하겠지만 그런 다소 따분한 생각을 갖고 가면 재미가 없을 것들이 한가득인 공간이다. 제품들이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되는지 모르겠지만 한꺼번에 다양한 물건들을 보고 싶다면 한번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친구들과 다소 귀여운 충동구매를 했다. 소소한 문구 충동구매. 성수동 오브젝트 매장에서 모나미 볼펜 DIY에 꽂혀서 거의 30분은 서서 각자 예쁜 조합을 만들었다. 서른 넘은 친구들이지만 아직도 이렇게 같은 물건을 나눠가지면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왠지 더 끈끈해진 것 같은 기분 좋은 유치함이 잠깐 든다. 모두 디자인을 전공한 친구들이라 컬러풀하면서도 어쩜 이리 4명의 조합이 다 다를까. 다들 펜을 잘 쓰고 있는지 궁금하네. 아 저 펜들은 잉크의 컬러도 5개 이상 있어서 조합할 때 꽤나 다양한 조합이 가능했다.
성수동에 맛있는 밥을 먹으러 가는 사람도 많지만, 이렇게 공간을 느끼거나 소소하게 예쁜 것들을 보러 가는 것도 재미있다. 구입을 하지 않는 이상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는 거라 생각하는 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냥저냥 기분전환하기에는 괜찮았다. 복잡한 뇌 속 버튼을 끄고, 잠시 여유로운 뇌 버튼을 켜고 서울 숲가서 바람을 쐐도 되고 잠시 리프레쉬하기에 성수동은 괜찮은 동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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